닿을 수 없는 사과의 편지
 
수 많은 직장인이 그러하듯 저 역시 오늘도 지하철에 몸을 실었습니다.
여전히 지하철 역은 사람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. 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었고, 지하철이 도착하자 우르르 몰려들어 지하철 안으로 뛰어듭니다. 목요일은 참 힘든 날입니다. 월요일부터 삼 일간 정신 없이 달려온 탓에 비록 정신은 깨어 있을지라도 몸은 한없이 바닥으로 가라 앉습니다.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마찬가지일 것입니다. 비단 저 뿐만이 아니겠지요. 사람들은 잠시라도 피곤한 몸을 쉬기 위하여 좌석을 찾습니다. 어쩌면 사람들이 이렇게 앞 다투어 지하철 안으로 뛰어 들고, 눈에 불을 켜고 빈 자리를 찾고, 빈 자리를 발견하거나 자리가 나기라도 하면 누가 앉을세라 냉큼 뛰어가 앉는 것은 이들이 보여주는 생존에 대한 몸부림이라고까지 느껴지기에 어쩔 땐 참 안쓰럽기까지 합니다.

이야기가 길어지고 있네요. 정작 제가 해야 할 말들은 오늘 아침 지하철에서 만난 몸이 불편한 분에 대한 사과인데 말입니다.
오늘 몸을 실은 열차에는 사람이 참 없었습니다. 그리하여 전 자리에 앉아 출근할 수 있었고, 몇 개의 역을 지나치는 동안 사람들은 점점 늘어나 좌석은 모두 채워지게 되었습니다. 전 자리에 앉자마자 책을 읽기 시작한 터라 제 옆에 사람이 앉는지도 몰랐습니다. 인지한 것은 한참 후였는데, 그것은 좌측에 있던 사람이 보인 경련 때문이었습니다. 이후에는 계속 옆의 분이 마음에 쓰여, 눈은 책에 가 있으나 신경은 그와는 상관없이 그 남자분 쪽으로 가 있었습니다.

아침의 지하철에는 참 다양한 사람들을 볼 수 있습니다. 경련 역시 마찬가지로 선잠을 자다가, 혹은 술에 취해서 등 몇몇 경우가 있습니다. 허나 몇 분간의 상황으로 느껴진 것은 그 분의 몸이 불편한 것 같았다는 것입니다. 그 분의 다리에는 발작이 일어나듯 주기적으로 경련이 발생하였습니다. 전 몸이 불편한 이 분이 절 의식하지 않게 하여야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. 그것은 정말이지 실례되는 행동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. 하지만, 그 분의 다리에서 몇 번째인가의 경련이 발생하는 동안 전 저도 모르게 그 분의 얼굴을 바라보고 말았습니다. 그 분 역시 시선을 느끼셨는지 저의 얼굴을 바라보았습니다. 그리고 얼굴에는 이내 그늘이 졌습니다. 아마도 자신의 다리에서 발생되는 경련이 제가 책 읽는 것을 방해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았습니다. 미안합니다. 정말 미안합니다. 저의 무의식적인 행동이 당신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 것 같아 정말 미안합니다. 그렇게 제가 시선을 주지 않았어도, 당신은 자신의 몸이 불편하다는 것을 세상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텐데 말입니다.

그 분은 이윽고 자신의 무릎 부분을 부여잡았습니다. 하지만 경련은 멈추지 않고 계속 발생하였습니다. 얼마 간을 부여 잡는 것으로도 경련이 멈추지 않자, 그 분은 자신의 다리를 주먹으로 몇 차례인가 탁탁 하고 내려 쳤습니다. 그 자리에서 세게 칠 수는 없었겠지만, 제게는 그 주먹이 세상 그 어떤 것보다 무겁게 느껴졌습니다. 그리고 그렇게 무릎과 주먹이 부딪히며 내는 그 소리는 사람들에게 내보일 수 없는 슬픔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.

그 분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는데, 그리하지 못하고 내리게 되어 마음이 참 무겁습니다. "당신의 몸이 불편한 것으로 인하여 신경이 조금 쓰이긴 했지만 책 읽는 것에 방해는 되지 않았어요."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말입니다.

2008년 8월 7일 목요일 오전 9시 20분 경 온수발 7호선 열차를 타고 계셨던 당신, 이 글이 당신에게까지 닿긴 힘들겠죠. 하지만 제 마음은 꼭 전하고 싶군요.

Posted by univio on Friday, August 08, 2008 | 1:26 am  http://www.coffeepencil.com수정삭제
 
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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